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예술축제 비엔날레
    문화예술컬쳐뉴스 2023. 3. 7. 07:18


    오랫동안 미술 분야를 취재해온 곽아람 기자가 쓴 <미술 출장>이라는 책이 있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갔던 에피소드 첫 부분이 인상 깊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찬 바람이 불던 어느 날, 곽아람 기자는 비엔날레가 열리는 공원 앞에서 오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공원의 문이 열리자 줄을 서 있던 관객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달니 따라서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헐떡이며 달리는데 나를 추월하던 노년의 사내가 웃으며 외쳤다. ‘Run forArt(예술을 향해 달려)’.”무엇이 이들을 달리게 만들었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노년의 사내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장을 지낸 사람이었다. 체면도 불한 채 입장을 위해 달리고, 오랜 기다림은 물론,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도 예술을 경험하러 온 관객과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예술가가 모이는 곳, 바로 비엔날레다.

     


    미술계의 패션쇼, 비엔날레

     

    해마다 전 세계 곳곳에서는 국경을 뛰어넘는 미술 축제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아트페어(Art Fair), 박람회, 전람회, 비엔날레(Biennale) 등 예술을 주제로 열리는 행사나 축제를 부르는 명칭은 꽤 다양하다. 그중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세계 최고의 갤러리를 비롯해 미술 애호가와 아티스트 등 미술계 관계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행사가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인데, 둘은 차이가 있다. 아트페어는 미술 시장을 뜻하는 말로, 여러 화랑(갤러리)이 한곳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다. 세계적인 아트페어로는 매년 최대의 관람 인원을 자랑하는 스위스 아트바젤, 독일의 쾰른 아트페어, 프랑스 피악 아트페어, 미국의 시카고 아트페어, 아시아 최대 규모 행사인 아트바젤 인 홍콩, 국내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등이 있다.


    비엔날레는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라는 뜻으로, 2년마다 열리는 전시 행사를 일컫는다. 특정 주제 아래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예술가들은 모두 화랑을 대표해 참가하는 것이 아닌 한 명의 작가로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인다. 아트페어가 옷을 구매할 수 있는 백화점이라면, 비엔날레는 디자이너들이 컬렉션을 발표하는 패션쇼로 이해하면 된다.

     

    주제는 하나지만 작가들이 최신작과 관심 분야를 장르의 구분 없이 마음껏 펼치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비엔날레에서 마주하는 작품은 난해하게 느껴질 때 가 많다. 하얀 벽 위에 걸린 회화 대신 낯선 설치미술,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퍼포먼스 등 그야말로 전위적인 예술 실험의 생생한 현장이기도 하다.

     

     

    미술 올림픽, 베니스 비엔날레

     

    19세기 말, 산업혁명에 성공한 유럽의 강대국들은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앞다퉈 만국박람회를 열었다. 경제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에 착안해 베니스시는 활발한 미술 시장 창출을 목표로 1895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개최했다. 그 당시 이탈리아 국왕 부처가 개회식에 직접 참여하고 대중의 호응에 힘입어 관객  20만여 명을 동원해 큰 성공을 거뒀다. 자국 내 미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기획된 베니스 비엔날레는 초기에는 작품을 판매하기도했는데, 1960년대 들어 미술의 가치를 회복하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상업성은 완전히 배제됐고, 지금까지 비상
    업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베니스 비엔날레는 ‘국가관(National Pavilion)’을운영해 각 국가에서 선발된 예술감독을 필두로 작가들이 모여 독립된 건물에서 나라의 정체성이나 이슈에 어울리는 전시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약 27개국이 독립 전시관을 설치해 자국의 예술을 뽐낸다. 행사 기간 동안 관람객이 많이 찾는 국가관에는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서로 견제도 하는데, 이를 두고 ‘미술 올림픽’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곽아람 기자 역시 일찍이 흥미롭다는 소문이 돌아 입장 줄이 길다는 프랑스관에 들어가기 위해서 달렸다.


    오랜 역사만큼 저명한 예술가들도 베니스 비엔날레를 거쳐 갔다. 1950년에 앙리 마티스, 1954년에는 장 아르프,막스 에른스트, 후안 미로, 1964년에는 미국의 팝 아티스트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미술계 거장들이 참여해 비엔날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다른 나라도 비엔날레를 열기 시작했다. 1932년에는 미국 휘트니 비엔날레, 1951년에는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그리고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린 지 딱 100년 만인 1995년 한국에서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새로운 예술 트렌드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젊은 청년 예술가가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예술 흐름을 직접 보고,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비엔날레야말로 어떤 전시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미술 축제다.  

    댓글

(c) 중앙포스트